손 놓고 있었던 여행기를 계속 쓰려고 한다. 다녀온지 1년 반이 넘어가려는 시점에서, 더 시간이 지나가면 기억이 날지도 의심스럽고(이미 상당부분 가물가물해 졌다) 해서, 지금 써야 된다는 강박감도 들 뿐더러… 사실은 이달 말에 여행을 나가기로 일정이 잡혔는데, 그 전에 이전 여행기를 종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크게 작용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 효과적인 기록을 남겨주는건 역시 사진일 것이다. 못 가봤던 장소에 가게 되면 ‘이 때군!’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가게 되는데, 2002년에 샀던 DSLR외에는 다른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내 핸드폰에 붙어있는 카메라의 결과물은 장난감의 영역이니 이건 제외하겠다), 해외여행을 나갈때는 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카메라를 들고 나가게 되면, 여행을 다녀와서 시간이 지난 후에 봤을 때 재미난 기록들이 많아서 꽤 즐겁다. 헌데, 내가 찍는 사진들은 발로 찍더라도 내가 의도한 대로 찍은 것이니 큰 아쉬움이 없는 반면에, 내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면 우선 생각나는 방법이 셀프샷인데, SLR형태의 카메라로는 무게나 화각이나 프리뷰의 문제로 이게 참 쉽지가 않다.

그래서 보통 지나가는 행인 1, 2라든지 가게 주인이라든지, 주변 사람들을 캐스팅해서 사진을 부탁해야 하는데, 약간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론 초점이나 노출이나 자동으로 설정해서 건내면 되긴 하지만, 컴팩트 카메라들에 비해서 심도가 낮기 때문에 신경써서 초점을 잡아야 하는데, 처음 만져보는 사람에게 이걸 요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찍히길 원하는 거리라든지 프레이밍도 부탁을 하고 싶은데 이건 더 힘들 수 밖에.

이번 여행은 친한 대학교 친구 군이 동행을 했는데,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굉장히 부담이 줄어든다. 더불어, 간혹 부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진을 남겨주기도 한다;; 사진은 화장실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는 찰나;

동행한 슼군이, 오다이바엘 가 보지 못했다고 해서 오다이바쪽으로 출발했다…만 지난 번 경험상 오다이바는 분명 별로 재미없는 동네였기에 투덜투덜 하면서 나섰다. 숙소로 지내는 곳 근처에서 지하철이나 JR을 타고 나갈 수가 있었는데, JR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민영 지하철 노선과 이어져서 오다이바 가운데쯤 있는 도쿄텔레포트역(발음은 거의 도쿄테레뽀-또-정도로 들리지만-_-)에 내릴 수가 있었다.

JR이랑 이어져 있어서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다는건 알겠는데, 그럼 운영 주체가 둘 이고 승차는 한 번 이라면 요금은 어떻게 되는걸까? 출근시간대여서 원하는 대답을 들을 만큼 느긋하게 물어보기가 힘들었다. 결국 간단한 대답을 듣고 JR구간+사철구간 패스를 따로 사는 것 보다 싸길래, JR도쿠나이패스(전일권)를 사서 출발했다. 결과는? 논스탑으로 가더라도 돈은 따로 받더구만-_-; 내릴 때, 사철구간에 해당하는 거리만큼의 요금을 추가로 정산했다. 덕분에 JR패스가 아까워서 저녁에 쓸데없이 돌아다니게 된다.

사진은 도쿄텔레포트역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다 찍은걸로 기억하는데, 역이 거의 오다이바 가운데쯤 위치해 있는 때문에, 실제로 볼거리가 있는 해변 쪽 방향으로 좀 걸어 나가야 했다.

확실히 오다이바에는 별로 볼게 없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그저 그런 해변에 온갖 인공 구조물들만 가득한 모습이 그렇게 관광지로 메리트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가만 보면 일본도 찾는 관광객 규모에 비해 관광자원은 참 부족한 것 같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두바이가 생각나는 그런 느낌인데… 후지TV쪽으로 올라가서 견학코스(?)를 돌아 봤는데, 아는 일본 방송이나 연예인이 없다보니 딱히 흥미를 주는게 없었다.

좀 돌아다니다 보니, 많이 피곤해져서 쉴만한 곳이 필요해서 음료수랑 간단한 주전부리를 파는…걸로 보이는; 가게에 들어갔다. 바로 되어있는 창가 자리에 앉으면 위의 사진처럼 레인보우브릿지가 눈에 들어오는 나쁘지 않은 위치였다. 하지만 그런 만큼 자리장사로 뽕을 뽑는 분위기였는데,

요 만한 사이즈의 제일 작은단위 아이스크림을 550엔인가에 팔고 있었다; 쉴 곳은 필요하고, 메뉴판은 미친듯이 비싸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제일 작은 컵으로 하나만 주문을 했는데, 눈치 없이(혹은 나가라는 눈치로-_-) 스푼을 하나만 가져다 준다. 남자 둘이 스푼 하나로 나눠 먹기는 좀 그렇고; 혼자 먹기도 좀 그렇고 한데, 염치가 없는건가 싶어 스푼들 더 달라고는 말도 못 해 보고, 다른 메뉴(간단한 점심 같은게 되는 듯)용으로 보이는 나무 젓가락 하나를 꺼내서 쓰는 안습한 모습이다-_-;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면, 남여로 세트를 맞춰서 오는 유원지의 개념이라 적당한(?) 바가지는 정착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아케이드 매장들을 둘러 보면서 밍기적대고 있다 보니, 금세 날이 저문다

높은 데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_-

레인보우브릿지. 지난 번엔, 저 위를 택시를 타고(orz) 건넜었지?

해가 저물어도 여기저기서 일행을 찾는 한국 사람들 목소리가 들린다. 해외여행지에서 자국어기피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곳을 찾아오면 별로다.

일본에서 만만하게 한끼 때우기 좋았던 요시노야 규동. 한국에도 외환위기 전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왔다가 실패하고 철수 했다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끼리 바에 주욱 둘러 앉아서 덮밥을 훌훌 마시고(?)가는 광경이 확실히 처음엔 생경하긴 하다.

어쨌건 도쿠나이 패스를 끊었으니 아깝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신주쿠를 잠시 들렀다. 유흥가라 늦은 시간에도 사람이 북적이고 거리의 간판들도 좀 더 산만해 보이고 왠지 익숙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