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veX 논쟁은 발전이 없다
요새 신문을 보든 블로그나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든 간에 넘쳐나는 ‘ActiveX…’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슈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런 논쟁들에 잠깐 참여를 해 봤는데, 이 논쟁들은 대부분 지향점도 없이 같은 얘기만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 답답함을 느껴서 글로 정리를 해 보고자 한다. 논쟁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짚어보자.
1. 논제의 방향설정이 틀렸다
ActiveX가 좋다/나쁘다, 문제다/아니다 식의 발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작 부터가 잘못되었다. 흔히 말 하는 ActiveX는, COM 인터페이스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윈도 응용프로그램, 즉 ActiveX 컨트롤을 일컫는 것이다. ActiveX는 인터넷을 타겟으로 한 여러 기술들에 대한 광범위한 통칭이다. 이를테면 윈도미디어의 인터넷 스트리밍 포맷인 ASF(ActiveX Streaming Format), MS가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레이어인 ADO(ActiveX Data Objects), 서버사이드 스크립트 엔진인 ASP(Active Server Pages)등도 ActiveX라고 불리우는 기술의 구성 요소들이 된다.
논제의 설정 자체가 날카롭지 못해서, 좀 안다는 사람들이 논쟁에 참여하면서 점점 산으로 올라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마치 ‘MP3는 옳은가’라고 하는 것 처럼,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혼돈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면 OGG를 쓰자’, ‘CD가격을 현실화 하라’, ‘프라운호퍼 로열티가 문제다’ 등등 다른 얘기들이 한데 뒤엉켜서 이상한 논쟁이 된다)
제목을 달 때, 이것을 확실히 하자. ‘플러그인을 쓰는 개인인증을 꼭 해야 하나’라든지 ‘전자정부는 윈도우용 인증 플러그인만을 제공 할 생각인가’라든지 ‘크로스플랫폼 인증을 위한 대안은 이것이다’라든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함축할 수 있도록 하자. 글쓴이 자신도 글 밑으로 줄줄 달리는 산으로 올라가는 댓글 때문에 혈압이 오르지 않게 하는 방어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정보수집에 대해 인색하다
이번과 같이 기술적인 이슈에 대해 제대로 된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논쟁의 배경이 되는 기술들이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게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 ActiveX, ActiveX 컨트롤이 무엇인지, 한국의 전자인증 프로세스가 외국과 어떻게 다른지, 한국이 전자인증을 도입하던 시기의 배경이 어떠했는지, 그간 전자인증 솔루션 업체들에서 어떠한 시도가 있었는지 정도만 리서치를 해서 논쟁에 참여해도 훨씬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텐데, 이해도가 떨어지게 되면 논쟁의 핵심에 대해 집중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태생 환경상, 리서치가 쉬운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논쟁이 이 정도에서 머물러 있다는 점은 더욱 아쉬운 점이다. 리서치 없는 논쟁은 ‘황우석 논쟁’ 처럼 단지 무의미하게 광신도와 혐오자들만 양산 할 뿐이다.
3.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정보수집이 귀찮아서 하기 싫다면, 대강 뜬구름 잡는 소리이거나 현실적이지 못 해도 좋으니 제발 대안은 제시하고 마무리를 짓자. 인기도 조사도 아닌데 ‘좋다’, ‘싫다’라고만 하면 곤란하다.(더군다나 다수결로 해결 가능한 이슈가 아니라면) ‘잘 하라’라고만 요구하지 말고 무엇을 어떻게 잘 해야 하는지도 주장하도록 하자. 논쟁에서 꼭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라고 할 수는 없다. ‘개인인증을 하지 않도록 하라’라든지, ‘플랫폼별로 각각 컨트롤을 다 만들어야 한다’라든지, 아니면 심지어 ‘처음부터 웹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든지 ‘지금 하던 대로 유지하라’ 등등 각자의 기호나 채택의 적합여부를 떠나서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적합한 대안을 찾아가는게 건설적인 논쟁의 방법이 아닐까. 대안 없이 참견꾼으로만 토론에 접근하는 것은 지양 하도록 하자.
그 외에, 말 꼬리잡기, 감정적인 발언(배설?), 반론제기 없이 혼자만의 이야기에 빠지기(남은 뭐라고 하든 관심없이, 같은 얘기 또 하고 또 하고…)등의 시시콜콜한 문제들도 많지만 기본적인 소양에 관한 문제이니 따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었으면 한다.
육하원칙에 준해 쓰여지지 않은 기사를 제대로 된 기사로 보기 힘들듯이,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논쟁의 글도 스팸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불평 불만의 목소리들은 충분히 들어왔으니,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해야 하는지도 같이 고민 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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